열흘 전 장기하와 얼굴들의 2집이 발매되었다. 요즘 회사에서 작업하면서 음악을 듣는 시간이 많아져 멜론을 항상 켜놓는데 앨범이 발매된 날 멜론에서 바로 들어보고 너무나 깜짝 놀랬었다. 음악에 대해 지식이 많은 편도 아니고 최근에는 음악 들을 시간이 적어서 많은 음악을 듣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듣자마자 마음을 빼앗긴 앨범을 발견한게 실로 오랜만이었다.
첫 트랙 초반을 듣자마자 눈이 동그래졌다는... 음악을 듣고서 한 번 놀라고 장기하가 내뱉는 이 정도 가지고 '무얼~ 그렇게 놀래~'라는 당당한 목소리에 두 번 놀라고 아.. 작정하고 만들었구나 ㅋㅋㅋ 자신도 매우 만족하는가보네.. 그럴만하다.. 자식...
바로 앨범 전체를 들어봤는데 개인적으로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앨범에서 버릴 곡, 스쳐지나갈 곡들이 하나도 없었다.
가사도 좋고 편곡도 너무 좋고
그의 진정성이 묻어나는 기름기 쫙 뺀 목소리는 변함없고
장기하가 드러머 출신이라서 그런지
느린 곡에서도 지루함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박자감에서 묻어나오는 재미까지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가 놓았다가 웃겼다가 울렸다가
올해 아니 어쩌면 한국 대중음악사에 두고두고 회자가 될 명반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1집과 비교해서도 너무나 좋은 음악이다.
1집이 한창 인기를 끌 당시 누군가가 70-80년대를 살던 사람이 냉동인간이 되었다가 다시 살아돌아온 느낌 이라고 했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사실 1집이 인기를 끌 때 주변 지인들이 좋다좋다해도 마음에 와닿지 않아 1집 몇 트랙을 몇 번 듣다 말았는데 이번 앨범을 듣고서는 생각이 완전 바뀌었다.
처음 장기하를 봤을 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미미시스터즈를 동반하고 음악 중에 특이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는 개인적으로 음악보다는 뜨기 위한 이슈화에 집중하려는 스쳐지나가는 그저그런 팀이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나서 성공적인 데뷔 이후 목소리와 외모에서 느껴지는 진정성 때문에 그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때에도 눈빛에서 순간순간 보여지는 '똘끼'와 속을 알 수 없는 포커페이스 때문에 그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있었는데 이번 앨범을 들어보고서는
아... 천재였구나... 1집에서의 그런 모습들도 여러 전략 중에 하나였구나... 음악만 잘 하는 게 아니라 머리도 매우 좋구나... 컨셉도 잘 잡고 음악시장에서의 포지셔닝도 잘하고 배울게 정말 많은데? 이건 마치 음악계의 스티브잡스를 보는 느낌이군 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ㅋㅋㅋ
소포모어 징크스를 너무나 멋지게 날려버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오히려 예상할 수 없을 정도의 성장을 보여준 그를 보고선 장기하라는 사람에게 완전 반해버렸다.
또한 분야는 다르지만 내가 앞으로 어떻게 디자인을 해나가야할까의 고민에 대한 하나의 답도 얻을 수 있었다. 나보다 한 살이 어리지만 멘토로 삼고 싶을 정도로~
농담반 진담반으로 한 소리지만
김태호PD가 한참 나이가 어린 장기하에게 '교주님~!'이라고 한게 괜히 그런게 아니었다. 선수들끼리는 알아본다고, 그의 전략적 선택이든 동물적인 본능이든 음악이면 음악, 말과 행동을 포함한 자신에 대한 이미지 컨셉이면 컨셉 이건 뭐 하나도 버릴게 없이 배울 게 너무나 많다.
앞으로 장기하라는 이름의 브랜드를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볼 수 있을 것 같다. 복고와 현재 + 인디와 메이져 + 여기에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장기하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 클래식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동시대의 트렌드를 읽는 뛰어난 눈 위에절묘하게 어우러진 이 장기하라는 브랜드를 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사회, 문화, 예술 전반에 걸쳐 그의 힘이 어디까지 뻗칠 수 있을지 매우 궁금해졌다.
지금도 이글을 쓰면서 2집 앨범을 듣고 있다. 혹시나 아직 들어보지 못하신 분들은 꼭 들어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타이틀곡만 달랑 듣지 마시고 꼭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창작을 업으로 하는 동지의 입장에서 이런 건 들어줘야 하는거다. 그게 예의인 것이다. ^_______________^
P.S. 2집을 들으면서 점점 커지는 생각 장기하를 볼 때마다 배철수씨가 생각난다. 왠지 우리 세대의 배철수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